뉴스/보도자료
(한국경제 News) "안전한 먹거리 식탁에 올리려 협회 만들었죠"
1 관리자
2018.01.25
식자재 유통 선진화 이끄는 양송화 한국식자재유통협회장

식자재유통·컨설팅업 운영하다 삼양사 등과 올 1월 협회 창설
"대기업도 이익 못 내는 유통 구조, 기업규모 더 키워야 선진화 가능"

                       

 

                                                                      사진 - 양송화 한국식자재유통협회장

 

 

“한국 식자재유통산업은 아직 영세합니다. 대기업조차 규모가 작아 ‘산지 직거래’를 못하고 서울 가락시장에서 농산품을 사고 있어요.”

올 1월 출범한 한국식자재유통협회(KFDA)의 양송화 협회장(사진)은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고 외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바탕이 되는 식자재유통산업이 선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자재유통은 음식점이나 급식소 등 외식업체에 채소와 달걀, 고기 등을 공급해주는 사업이다. 시장 규모가 약 35조원에 이르지만 기업화 수준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 개인 사업자나 중소유통업체로 구성돼 있다.

양 협회장은 “사업자들이 영세하다 보니 유통단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먹거리에 문제가 생겨도 원산지 추적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담은 고스란히 외식업체와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다. 한국외식중앙회에 따르면 연매출 5000만원 미만 영세 식당은 매출의 45%를 식재료비로 쓰고 있다. 식자재유통만 선진화돼도 작은 식당들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은 1970년대에 시스코와 US푸드 등 대형 식자재유통기업이 출현하면서 산지에서 식탁까지 철저하게 식재료를 관리하는 ‘팜 투 테이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1년에 5모작, 10모작씩 하는 산지인 샐리나스밸리가 있다”며 “식자재유통기업은 이곳에 감독관을 파견해 농약은 몇 번 뿌렸는지, 어떤 종자를 썼는지 모두 기록하고 수확하자마자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냉장 상자에 담는다”고 설명했다.

양 협회장이 식자재 유통시장에 발을 들인 건 2005년 CJ프레시웨이 전략기획팀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였다. 그는 “호주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고 언스트앤영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며 “그때 식자재 유통 프로젝트를 맡았던 경험 덕분에 입사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식자재유통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CJ프레시웨이에서 그는 미국 등 선진 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해 전략을 짜는 일을 했다. 2010년 독립해 씨와이엔파트너스를 창업했다. 식자재유통산업과 관련해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다. 그는 2011년 11월 미국식자재유통협회(IFDA) 한국지사를 세워 선진 시스템을 한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IFDA 한국지사는 이번에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흡수 통합됐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 회원사는 CJ프레시웨이, 삼양사, 대상베스트코, 아워홈, 엠즈푸드, 아모제푸드시스템, 풀무원 푸드머스 등 12개사다. 산지 직거래, 공동 구매, 식자재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양 협회장은 “대기업 위주로 회원사가 꾸려졌지만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협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자재유통산업 선진화는 우리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문제”라며 “대기업과 소기업 간 대립 구조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기업도 지금보다 규모를 더 키워야 하고, 소기업도 서로 뭉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현재 식자재유통시장에서 대기업 점유율이 15% 정도인데 대부분 이익을 크게 못 내고 있어요. 식자재라는 것이 조금씩 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사업인데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공동 구매를 하고, 산지 직거래를 하자고 협회를 만든 겁니다.” 

그는 대기업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소기업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많이 인수해야 한다고 했다. 식자재유통은 식당마다 영업을 다니며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많은 식당 주인이 기존의 중소 식자재유통업체와 거래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1위 시스코는 중소 유통업체를 인수하면서 이들을 존중하고 지위를 유지해줬다”며 “한국 대기업들도 매출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고 인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원문 주소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7062093391